[중앙일보] 게장집 이어 국숫집도 당했다…‘유튜버 횡포 대책' 윤리교육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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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손님도 많이 없는데 점심시간에 몰래 와서 그렇게 찍고 간 게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아내와 제가 가게에 계속 상주하는데, 맛이 이상하면 (우리한테) 물어봤으면 됐을 텐데…”
국숫집 사장 A씨는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인기 유튜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다. 음식점을 방문해 음식을 먹고 평가하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는 식당에 방문해 몰래 촬영하고 음식에 대해 혹평을 했다고 한다. 지난 2월의 일이다. 이 국숫집은 인기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유튜버는 그 이후 매장을 방문했다.
유튜버는 자신의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이 국숫집의 대표 메뉴에 대해 “끝 맛에서 섞이지 않은 맹물 맛이 났다”며 “베이스 육수에 물을 좀 탄 맛”이라고 평가했다. 사장 A씨는 “어린 친구이니 더는 공론화하거나 대응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도 “앞으로 유튜버들이 식당 촬영하는 것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얀트리는 지난 2월 '백종원 골목식당에 나온 식당들의 근황은 어떨까?'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 국숫집에 대해 "육수에 물을 섞어 맹물 맛이 난다"고 평가했다. '하얀트리' 유튜브 캡처
이 유튜버가 영상을 올린 지 3개월이 지난 최근 A씨의 부인이자 사장인 B씨는 직접 댓글로 당시 상황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0일 다른 유튜버 채널 댓글에 “유튜버가 맹물이라며 육수 제조를 틀리게 얘기하길래 설명하고 댓글을 쓰니 다 삭제하더라”며 “설명도 제대로 못 하고 (우리는) 결국 맹물 국숫집이 됐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유튜버가 제대로 된 방송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니면 말고’ 식 콘텐트 주의보
지난해 12월에는 대구의 한 간장게장 무한리필 식당이 음식을 재사용한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논란이 됐다. 이 유튜버는 “리필한 게장에서 밥알이 나와 직원에게 알렸으나 아무런 해명을 듣지 못했다”며 음식 재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의 밥알은 유튜버가 처음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을 때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여파로 간장게장 집은 4개월간 문을 닫았다.
당시 간장게장 집 사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튜브 채널에 댓글로 해명 글을 수차례 올렸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게 차단했고 이로 인해 항의 전화와 무차별적 악플들이 난무해 결국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튜버의 허위 사실 방송으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법과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인기 유튜버 송대익이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중 "배달원이 치킨과 피자를 일부 먹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업체에 항의하고 있다. '송대익' 유튜브 캡처
지난해 6월 또 다른 유튜버 S씨는 배달원이 음식을 빼먹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S씨가 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누명을 쓴 치킨점 측은 “일부 잘못된 방송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전국 소상공인들을 위해 이 사안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튜버를 고소했다.
법적 제재 힘들어… 윤리교육 해결책 될까
유튜버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경수 변호사(법률사무소 빛)는 “‘~한 것 같다’는 음식에 대한 평가는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해악을 주려고 했던 의도가 아니라 단순한 자기 평가일 수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 등으로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왜곡해 일부러 내용을 꾸며서 방송을 했을 경우엔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명예훼손과 업무 방해 등으로 형사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 윤리교육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상반기 중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고 윤리 교육에 대한 수요를 취합한 뒤 연내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클릭 수가 많아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짜 뉴스와 자극적인 콘텐트를 올릴 유혹에 빠지는 근본적인 시스템 문제가 있다”며 “크리에이터 윤리 교육도 효과가 있겠지만, 그 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부(구독) 모델’을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는 “일정 부분 돈을 내고 보면 좀 더 전문화되고 품위 있는 콘텐트가 나올 것”이라며 “이에 대해 이용자, 제작자 그리고 플랫폼 등 모든 분야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ng.heeyun@joongang.co.kr
[중앙일보 정희윤 기자]
기사 원문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67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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