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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경제] 시댁 갈등에 남편은 방관... 고부갈등 이혼사유가 되는 경우

▲ 법무법인 빛


추석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명절을 둘러싼 부부 갈등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평소 시댁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양가 방문 일정과 명절 음식 준비, 가사 분담, 부모 부양 문제 등을 계기로 묵혀둔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여기에 배우자가 갈등을 중재하지 않고 방관하거나 부모의 입장만 두둔하면서 고부갈등이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고부갈등이혼을 고민할 때 가장 궁금한 부분은 시부모와의 갈등이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지다. 시댁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갈등의 원인과 정도, 지속 기간, 배우자의 대응과 그로 인한 혼인관계의 파탄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민법 제840조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를 재판상 이혼 사유 가운데 하나로 규정한다. 단순한 의견 충돌을 넘어 지속적인 폭언이나 모욕, 폭행 등 혼인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지 따져볼 수 있다.

고부갈등이 부부의 이혼 문제로 이어질 때는 남편의 태도도 중요하다.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모의 부당한 대우가 계속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하거나 오히려 이에 동조하고 배우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했다면 부부관계의 파탄 경위와 책임을 판단할 때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내가 반복되는 폭언이나 모욕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데도 남편이 무조건 참으라고 요구하거나 시부모와 함께 아내를 비난했다면 단순한 고부간 불화를 넘어 부부 사이의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배우자가 부모의 부당한 언행을 제지하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러한 사정 역시 고려될 수 있다.

결국 고부갈등이혼에서는 ‘시어머니와 사이가 나빴다’는 결과보다 어떤 부당한 대우가 있었고 배우자가 그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가 중요하다. 시부모의 언행이 얼마나 오랫동안 반복됐는지, 배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존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날 수 있다. 갈등이 발생했다면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기보다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시부모에게 직접 받은 문자나 메신저 대화, 가족 단체대화방 내용, 배우자와 나눈 대화, 적법하게 확보한 녹음자료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폭행이 있었다면 경찰 신고·출동 기록이나 병원 진료기록 등도 당시 상황을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오래전부터 고부갈등이 반복됐다면 개별 사건만 제시하기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배우자가 당시 어떻게 대응했는지, 비슷한 일이 얼마나 반복됐는지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증거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휴대전화를 몰래 열어보거나 온라인·금융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하는 등 위법 소지가 있는 방법은 피해야 한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이혼을 결심하더라도 명절에 벌어진 한 차례의 다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전체 혼인생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부갈등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시부모의 부당한 대우가 어느 정도였는지, 배우자가 이를 중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반복된 갈등으로 부부의 신뢰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고부갈등이혼은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시댁과의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는 동안 배우자가 이를 방관하거나 동조했다면 결국 부부 사이의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이미 이혼을 고민할 만큼 갈등이 깊어졌다면 감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그동안의 갈등과 배우자의 대응, 확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먼저 정리한 뒤 대응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법무법인 빛 김경수 대표변호사

[센트럴경제] 홍미경 기자 mkhong@newsk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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